부정적인 감정 습관, 뇌 호르몬 조절로 바꿀 수 있을까?

2025. 7. 6. 07:00뇌 호르몬

 감정은 습관이 되고, 뇌는 그것에 적응한다

우리는 종종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우울함, 불안, 짜증, 무기력 같은 감정 반응을 정체성처럼 받아들인다. 하지만 실제로 부정적인 감정들은 ‘기질’이라기보다는 뇌의 반복 학습에 의해 형성된 습관화된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와 연결된 생리적 반응이며, 이들은 반복될수록 뇌에 고착된다. 예를 들어, 특정 상황에서 화를 자주 내면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이 특정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분비되며, 뇌는 그 상황을 “화낼 타이밍”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곧 ‘감정 습관 회로’가 형성된다는 뜻이다. 뇌는 자주 쓰는 회로를 더 두껍게 연결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하려고 하기 때문에, 동일한 부정적 감정 패턴이 반복되면 그 반응 속도도 더 빨라진다. 우리가 쉽게 짜증을 내고, 이유 없이 우울감을 느끼며, 일상에서 불안한 기분을 자주 느낄수록 그것이 뇌의 자동 반응으로 자리 잡는다. 중요한 것은 이 감정 습관이 의식하지 않는 한 계속 강화된다는 점이며, 이 악순환은 뇌의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 패턴까지 바꾸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회로는 ‘다른 방식의 감정 반응’을 의도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새롭게 덮어쓰거나 약화시킬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뇌 호르몬이다.

 

부정적인 감정 습관 뇌 호르몬 조절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감정을 긍정적으로 재조직하는 호르몬들

감정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히 감정을 억누르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뇌에 새로운 화학적 리듬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 중심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이 있다. 세로토닌은 감정의 안정성과 불안 조절을 담당하며, 부족할 경우 사소한 일에도 쉽게 분노하거나 불안에 압도되는 경향이 있다. 세로토닌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정한 생체 리듬, 햇빛 노출, 리듬 있는 운동, 깊은 호흡 등으로 일상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도파민은 행동의 동기와 즐거움을 담당하는 물질로, 무기력함과 관련이 깊다. 뇌가 보상을 예측하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므로, 일상 속에서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성취 경험이 누적되면 뇌는 도파민 회로를 강화하여 긍정적인 감정 패턴을 스스로 유도하게 된다. 옥시토신은 인간관계를 통해 신뢰감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이며, 따뜻한 대화, 포옹, 감사 표현, 반려동물과의 교감 같은 감정 교류를 통해 활성화된다. 이처럼 특정 호르몬이 늘어나면 뇌는 그에 따라 새로운 감정 습관을 형성하게 되며, 부정적인 감정 반응은 점차 덜 자주, 덜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감정을 ‘마음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신체적 루틴과 호르몬 반응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감정 습관을 바꾸는 시작이다.

 감정 습관의 재설계는 훈련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는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라고 말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뇌는 단순한 언어보다 더 강한 감각 자극과 반복된 행동을 통해 바뀐다. 뇌 호르몬을 조절하는 방법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반복 가능한 훈련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10분 정도 명상을 하거나 감사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한다는 연구는 꾸준히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 루틴을 매일, 반복해서 지속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감정 변화가 미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뇌는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고 그 회로에 호르몬 분비를 맞추기까지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의 반복이 필요하다. 또한, 감정 습관의 훈련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감각과 연관된 자극을 동원하는 것이다. 좋은 음악을 듣거나, 자연을 바라보는 것, 운동을 하며 땀을 흘리는 활동은 뇌의 감각 자극을 활성화시켜 호르몬 분비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말고, 감정을 ‘훈련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도 습관처럼 길들이면 반응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뇌는 스스로 긍정적인 화학 반응을 학습하게 된다. 특히 스트레스에 대한 뇌의 반응 패턴은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과 관련이 깊은데, 명상, 걷기, 깊은 수면은 이 호르몬 수치를 안정시키고 뇌 전체의 감정 반응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뇌는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는 감정의 지도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뇌는 변화 가능하다는 점이다. 감정 습관은 평생 고정된 것이 아니라, 뇌가 얼마나 자주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쓰일 수 있는 지적 구조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뇌가 새로운 환경, 새로운 감정 반응, 새로운 자극에 따라 신경 회로를 재조직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곧 우리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감정 습관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감정이란 뇌 호르몬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경험이고, 이 화학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변할 수 있다. 감정 일기 쓰기, 스트레스 지수 체크, 주기적인 명상과 운동, 긍정적인 인간관계 유지, 자기 보상 시스템 만들기 등은 모두 뇌의 호르몬 조절 루틴을 구성하는 핵심 도구들이다. 반복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뇌가 그 감정에 익숙해진 결과일 뿐이며, 그 회로를 약화시키고 새로운 감정 회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뇌를 바꿀 수 있는 존재이며, 감정은 바뀔 수 있는 패턴이다. 뇌 호르몬은 그 변화의 열쇠이며, 지금 이 순간부터 나의 감정 습관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해 반드시 이해하고 활용해야 할 강력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