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도 리퍼브가 되나요? 푸드 리퍼브 마켓의 확장 사례
푸드 리퍼브 마켓, 이제는 농산물까지 확장 중
2025년 현재, 푸드 리퍼브 마켓은 단순히 유통기한이 임박한 가공식품만을 취급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농산물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리퍼브 마켓에서 과자나 음료, 즉석밥 같은 제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비규격 농산물, 못생긴 채소, 소비기한 임박 신선식품 등이 함께 진열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만 해도, ‘농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이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농산물 리퍼브를 경험해 보니, 품질은 멀쩡하지만 모양이 조금 특이하거나 크기가 제각각이라는 이유로 정가 판매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트에선 규격외라는 이유로 빠지는 이런 제품들이, 푸드 리퍼브 마켓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어 소비자와 농가 모두에게 이익을 주고 있었다.
이런 흐름은 정부 차원의 식량자원 순환 캠페인과도 맞물려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못생겨도 괜찮아’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통해 B급 농산물 유통 활성화 정책을 도입했고, 일부 리퍼브 마켓에서는 이를 직접 수급받아 진열 중이다.
리퍼브 농산물의 유통 구조와 실제 운영 사례
리퍼브 농산물이 리퍼브 마켓에 입고되기까지는 일반 가공식품과는 다른 유통 과정을 거친다. 대부분의 경우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 농산물도매시장, 협동조합을 통해 수급되며, 상품 선정 기준은 신선도보다 외관에 집중된다. 예를 들어 깎여진 감자나 흠집이 살짝 난 사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고추 같은 품목들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푸드 리퍼브 마켓에선 매주 목요일마다 ‘못난이 채소 데이’를 운영하며, 지역 농협과 연계해 비규격 무, 양파, 당근 등을 소량씩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소비자에게 가격 혜택만 주는 게 아니라, 출하처 입장에서도 버려질 뻔한 상품을 다시 순환시킬 수 있어 폐기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지역 내 도시농업 커뮤니티와 협약을 맺고, 수확량 초과분을 리퍼브 마켓에 기부하거나 저가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직접 가본 마켓 중에는 판매 전 냉수로 세척 후 팩에 담아 판매하는 형태로 위생 문제도 꼼꼼히 관리하고 있었고, 고객 반응 역시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다만, 신선 식품 특성상 유통 기간이 짧기 때문에, 창고 보관보다 당일 진열-당일 소진을 목표로 하는 하루 장터형 운영 방식이 많았다.
리퍼브 농산물, 품질과 안전성은 괜찮을까?
많은 사람들이 리퍼브 농산물이라고 하면 품질이나 안전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나 역시 첫 구매 당시 괜히 상한 채소 사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리퍼브 농산물은 단순히 외형적인 이유로 정상품에서 제외된 것일 뿐, 품질과 맛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예를 들어 3개 1,000원에 산 못난이 고구마는 겉면이 매끈하지 않았을 뿐, 삶아보니 당도도 높고 조직도 단단해서 일반 고구마보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또한, 푸드 리퍼브 마켓 입고 시에는 간단한 신선도 확인 절차를 거치고, 일부 매장에선 유통 전 일괄 세척 및 포장 후 진열을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 전통시장이나 노점보다 위생관리가 체계적인 편이다.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도 몇 가지 주의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리퍼브 농산물은 장기간 보관용보다는 즉시 조리용으로 적합하고, 상온 보관보다는 냉장 보관이 더 안전하다. 구입 후 바로 손질해서 반찬이나 냉동 보관용 식재료로 처리하면 낭비 없이 활용 가능하다.
2025년부터 일부 마켓에서는 리퍼브 농산물에 사용권장기한 라벨을 별도로 부착하고 있어, 이를 기준으로 식단 계획을 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푸드 리퍼브 마켓 확장,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푸드 리퍼브 마켓이 농산물까지 품목을 확장한 것은 단순한 유통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소비자 인식의 전환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지속가능한 소비문화 정착의 핵심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농산물 리퍼브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농부와 협업해 못난이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병행하거나, 사회적 기업형 마켓과 연계해 취약계층에 무상 공급하는 구조도 생겨났다.
나 역시 이제는 마트에서 보기 좋은 모양만 따지는 것보다, 조금 못생겨도 착한 가격과 의미 있는 소비가 가능한 리퍼브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찾게 된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괜찮겠냐?” 하다가 먹어보고는 오히려 리퍼브 감자가 더 맛있다고 이야기했다.
소비자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수록, 유통업체와 농가도 더 적극적으로 상품을 출하하게 되고, 이는 곧 전국 리퍼브 마켓의 품목 다양성과 품질 개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농산물 리퍼브는 아직 시작 단계지만, 앞으로 우리가 직접 지속 가능한 식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음 장보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 번 리퍼브 채소 코너를 살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