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를 활용한 리퍼브 마켓 지역별 재생 사례들
폐교 활용, 리퍼브 마켓의 새로운 확장 방식
전국적으로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이어지면서 도심 외곽 및 농촌 지역에 방치된 폐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국의 폐교 수는 약 3,200개에 달하며 그중 절반 이상이 미활용 상태로 남아 있다. 한편, 유통기한 임박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푸드 리퍼브 마켓은 소비자들에게 환경과 가격을 동시에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한 모델, 즉 폐교를 리퍼브 마켓으로 활용하는 지역 재생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시도되며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폐교 활용형 리퍼브 마켓은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서 지역의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가 가지는 상징성과 정서적 안정감 덕분에, 주민들이 접근하기도 편하고 신뢰도도 높아진다. 특히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폐교 리퍼브 마켓이 유일한 식품 구매처가 되는 경우도 있어, 생필품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기존 공간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건축비와 인프라 조성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도 함께 존재한다.
강원도와 충청 지역 폐교 리퍼브 마켓 사례
가장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강원도 정선군에 위치한 정선 알뜰푸드스쿨이다. 이곳은 2024년 초 문을 닫은 한 초등학교의 일부 교실을 개조해, 지역 자원봉사자와 푸드뱅크 연계로 운영되는 리퍼브 마켓 겸 커뮤니티 센터다. 주 3회 개방되며, 유통기한이 임박했지만 품질엔 문제가 없는 식품, 포장 손상이 있는 생활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 주민 대상 요리교실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교육도 함께 진행되며 하나의 교육-소비 복합 모델로 자리잡았다.
충청남도 공주시에서는 폐교된 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청년 창업 공간과 리퍼브 마켓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센터로 탈바꿈한 사례가 있다. 리패키지스테이션 공주점은 지역 내 B급 농산물과 리퍼브 식품을 함께 판매하며, 동시에 청년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도 제공한다. 이곳은 단순한 리퍼브 마켓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과 로컬 브랜드를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융합 모델은 폐교 공간의 유휴화를 막는 동시에 새로운 콘텐츠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지역 활성화 수단이 되고 있다.
호남·경상권 폐교 리퍼브 마켓의 창의적 활용
전라남도 담양군에서는 ‘푸드세이브 담양교점’이라는 이름으로 폐교된 초등학교의 강당을 리노베이션해 리퍼브 마켓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농가에서 남은 재고품과 농협 유통망에서 회수된 B급 상품, 대형마트 납품불가 상품 등을 정기적으로 입고 받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지역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푸드리퍼브 체험교실을 운영해, 쓰레기 없는 식생활과 자원 순환의 개념을 교육하고 있다. 학교라는 장소의 정체성과 푸드 리퍼브라는 주제를 교육적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연결해낸 사례다.
경상북도 예천군에는 ‘예천 순환마켓 스쿨’이라는 소규모 리퍼브 공간이 생겼다. 이곳은 마을 이장과 주민들이 협의해 폐교 공간의 일부를 마을 장터로 개방하면서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형태다. 매주 금요일 오후만 운영되며, 지역 유통업체의 재고 식품과 마을 텃밭 작물이 함께 판매된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 주민 간의 교류를 되살리고 외부 관광객에게 새로운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1인 운영이 가능한 소형 리퍼브 마켓 모델로 평가받으며,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폐교 리퍼브 마켓,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
폐교 리퍼브 마켓의 가장 큰 의미는 방치된 공간과 버려질 뻔한 자원의 새로운 연결점을 만들어낸다는 데 있다. 교육 공간으로서의 상징성과 리퍼브 마켓의 사회적 가치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저가 판매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학습하는 실천 공간’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특히 도시에서 소외된 외곽 지역이나 농촌에서는 폐교 리퍼브 마켓이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생계지원 역할을 하기도 하며, 이는 복지정책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로도 기능한다.
2025년 현재 몇몇 지자체에서는 폐교 활용과 사회적경제를 연계하는 조례 개정을 준비 중이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에서도 이 모델을 푸드 리퍼브 지역 순환경제 사례로 분류해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폐교 마켓을 중심으로 마을 공유냉장고, 탄소중립 교육센터, 청년 창업공간이 함께 구성되는 복합형 순환 거점 모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리퍼브 시장의 확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간과 소비, 교육과 환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미래 도시의 작은 단위 모델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폐교는 더 이상 멈춰버린 공간이 아니다. 리퍼브 마켓을 품은 폐교는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버려질 뻔한 것들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지역의 심장으로 되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