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브 마켓, 농촌에서도 필요했던 이유
도시에서는 이미 꽤 익숙해진 리퍼브 마켓이지만, 사실 그 혜택이 정말 절실했던 곳은 바로 농촌이다. 전라남도 같은 농촌 중심의 지역에서는 식료품이나 생필품 하나를 사기 위해 읍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형 마트나 프랜차이즈 슈퍼도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동네 작은 슈퍼마켓에서 비싼 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마을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리퍼브 마켓의 등장은 생활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유통기한이 임박했지만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식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구조는, 단순히 가성비의 문제를 넘어서 농촌의 생활 경제 안정에 직결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전라남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기관과 협업을 통해 마을 단위 리퍼브 마켓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도해 왔다.
예를 들어 해남군, 고흥군, 장성군 등지에서는 마을회관을 거점으로 한 임시 판매장을 운영하거나, 푸드뱅크와 연계해 유통망을 간소화한 리퍼브 물류 시스템을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상품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덕분에 기존 도심형 리퍼브 마켓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모델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해남군의 리퍼브 마켓 운영 사례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해남군 화산면이다. 이 마을은 농촌 고령화 비율이 매우 높은 곳인데, 2024년 하반기부터 농협 지역지점, 면사무소, 자원봉사센터가 협업하여 마을 리퍼브 판매장을 주 2회 운영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참여율이 저조했지만, 한두 번 이용해 본 주민들 사이에서 “가격은 싸고 품질은 괜찮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고정 고객층이 생겼다. 판매 품목은 주로 즉석밥, 통조림, 조미료, 시리얼, 음료, 냉동만두 등으로 구성됐고, 특히 냉장 식품은 이동식 냉장 차량을 활용해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공급하고 있다.
해남군은 이 리퍼브 마켓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는 인근 3개 마을로 확대 운영 중이다. 운영 방식을 보면 주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마을 복지 기금으로 일정 비율이 적립되거나, 상품 포장을 직접 정리하는 봉사자에게는 소량의 생필품을 리워드로 제공하기도 한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끼리의 유대감과 순환 구조를 만드는 소통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모델은 전남도청 차원에서도 ‘농촌형 리퍼브 유통 모델’로 평가받아 향후 시범사업 예산 확대가 유력하다.
리퍼브 마켓의 장점이 더 빛나는 농촌 환경
리퍼브 마켓이 농촌에서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낭비 없는 소비라는 철학이 농촌 정서와 잘 맞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신상품, 고가 식품, 예쁜 포장에 익숙해져 있지만, 농촌에서는 본질적인 가치에 더 주목한다. 포장이 조금 찌그러졌다고 버리기보다는, 제대로 먹을 수 있다면 절대 낭비하지 않는 생활 방식이 농촌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다.
게다가 농촌 주민 대부분이 주기적으로 장을 보러 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리퍼브 마켓은 생활을 훨씬 편리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곡성군의 일부 마을에서는 지역 청년 창업가가 주도하는 이동형 리퍼브 장터가 2주에 한 번씩 마을 광장에 들어오고 있다. 트럭 한 대로 이동하며 소규모 판매대를 펼치고, 주민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면서 장을 보는 풍경이 마치 예전 오일장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리퍼브 마켓이 단순한 할인 판매 공간이 아니라, ‘마을의 장날’을 대체하는 소셜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더욱 크다.
전라남도 리퍼브 마켓, 더 확산되려면 필요한 것들
아직까지 전라남도 농촌 전역에 리퍼브 마켓이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몇몇 시범 마을이나, 도심과 인접한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나은 물류망 확보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선 리퍼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업과의 연계가 안정화되어야 하고, 제품 보관과 유통을 위한 냉장 설비, 운송 차량 지원 같은 기초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어르신들이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품질 보증, 유통기한 표시, 안내 시스템이 명확하게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리퍼브 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싸서 사는 게 아니라, 가치 있어서 고른다”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 실제로 전남의 몇몇 청년 창업자들은 ‘제로웨이스트’, ‘지속 가능 소비’ 등의 슬로건을 리퍼브 마켓에 접목시키고 있다. 상품을 포장 없이 판매하거나, 구매 고객에게 지역 정보지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도 시도 중이다.
이처럼 리퍼브 마켓이 단순 소비를 넘어 지역과 삶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면, 앞으로 전라남도 농촌의 풍경은 더 따뜻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리퍼브 마켓이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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