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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 중심 푸드 리퍼브 마켓과 이모저모

제주도 푸드 리퍼브 마켓 탐방 섬에도 이런 곳이?

by 오늘의 점이 내일의 선이 된다. 2025. 9. 18.

리퍼브 마켓, 제주도에서 더 필요한 이유

제주도는 아름다운 풍경과 맑은 공기, 그리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사랑받는 여행지지만, 실제로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만만치 않은 문제도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높은 물가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육지에 비해 물류비용이 더해진 가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서울이나 부산에서 2천 원 하던 우유가 제주도에서는 3천 원 넘게 팔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대형 마트가 많지 않고, 지역 편의점이나 슈퍼는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어서 자취생, 소상공인, 고령자 등 취약 계층에게는 식자재 구매 자체가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드 리퍼브 마켓이 주는 의미는 훨씬 크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품질에는 이상 없는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퍼브 마켓은, 단순한 절약 공간을 넘어 제주도 생활 물가에 맞선 대안적 소비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2024년 말부터 제주 지역에서도 리퍼브 마켓이 점점 확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도심 근처에서만 일부 매장이 운영됐지만, 최근엔 서귀포나 한림 등 관광지 인근과 마을 단위까지 확대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며 이중 가격 체계를 피하고 있어 지역 기반 소비 생태계에 긍정적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 거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대형마트보다 리퍼브 마켓 먼저 간다”는 후기가 꽤 많아졌고, SNS에서도 #제주리퍼브마켓 해시태그를 통해 다양한 상품과 입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제주도 리퍼브 마켓 탐방

제주도 리퍼브 마켓, 어디에 있고 어떻게 운영될까

현재 제주도 내에서 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리퍼브 마켓은 제주시 도련동, 삼양동, 서귀포시 동홍동, 표선면 일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제주시 도련동에 위치한 ‘푸드세이브 제주센터’다. 이곳은 사회적기업 형태로 운영되며, 식품 유통업체와 직접 제휴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받아 매일 다른 품목으로 판매한다. 오전 11시에 오픈하고, 보통 오후 4시 정도면 인기 품목은 품절된다. 마늘쫑, 두부, 계란, 커피, 빵, 냉동식품 등 기본 식자재부터 수입과자, 조미료류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고, 3개 이상 구매하면 1+1 또는 덤 상품을 주는 날도 있다.

서귀포시 동홍동의 리퍼브 마켓은 이동형 판매 트럭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서귀포 시내 중심부나 전통시장 앞에 주차해 트렁크형 마켓으로 문을 여는데, 이 방식이 어르신들과 소상공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지역 카페나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이 리퍼브 마켓을 활용해 기초 식자재를 대량 구매하고 있다. 이처럼 정해진 장소와 운영 요일, 입고 품목이 SNS 또는 단톡방을 통해 사전에 공지되는 점이 눈에 띈다. 당일 도착, 당일 소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알림을 설정해두거나 단골이 되면 가장 좋은 타이밍에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제주 리퍼브 마켓을 이용해본 사람들의 생생한 후기

직접 리퍼브 마켓을 이용해본 제주도 거주민들의 후기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특히 1인 가구, 자취생, 장년층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최근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 도련동 마켓을 알게 되어 3번 정도 이용해봤는데, 그때마다 2만 원 이하로 장바구니를 가득 채울 수 있었던 경험이 꽤 인상 깊었다. 식빵, 시리얼, 수입 초콜릿, 냉동 볶음밥, 즉석 미역국까지 구입했는데 유통기한은 짧아도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리퍼브 마켓은 제주도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유통 폐기물 발생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해양 생태계 보호를 강조하는 제주 특성상,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리퍼브 마켓을 더 선호하는 경향도 보인다. ‘필요한 만큼만 사고, 있는 걸 먼저 쓰자’는 철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서, 제주도 내 제로웨이스트 소비 문화와도 맞물려 리퍼브 마켓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쌓고 있다. 거기다 일부 매장에서는 포장재 분리배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안내 포스터도 붙여두고 있고, 에코백이나 다회용 용기를 가져온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곳도 있다.

 

제주도 리퍼브 마켓의 가능성과 앞으로의 확장 방향

제주도의 리퍼브 마켓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섬이라는 특수성과 친환경 소비에 대한 높은 관심도 덕분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정착을 위해 필요한 건 더 많은 공급망의 확보, 지역 단위 네트워크 확장, 그리고 행정적 지원이다.

현재는 일부 사회적기업이나 민간 단체 주도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제주도청이나 제주시, 서귀포시 차원에서의 제도적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읍·면 단위로 이동형 판매차량을 늘리거나, 도심 외곽에도 고정형 리퍼브 매장을 하나씩 배치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관광객에게도 리퍼브 소비를 소개하는 방향도 생각해볼 만하다. 제주 여행객 중 장기 체류자는 리퍼브 마켓에서 간단한 조리식품이나 간식류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제주형 리퍼브 마켓 지도, 혹은 제로웨이스트 여행 코스에 포함된 소비처로 구성하면, 제주 지역 리퍼브 마켓이 단순한 지역 상점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관광, 지역경제 순환의 거점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2025년 현재, 리퍼브 마켓은 더 이상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제주도처럼 자원의 순환이 중요하고, 지역사회 연결이 강한 섬 지역에서는 오히려 더 적합한 소비 방식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마을과 읍면동에 맞는 맞춤형 리퍼브 모델이 확산되길 바라며, 제주도 리퍼브 마켓의 가능성을 응원해본다.